종말의 세라프

[신야구렌 전력]

타스카 2016. 4. 10. 00:09
그 끝에 도달해서 보게 될 결말을, 자신은 모른다. 그저 앞만 보았다. 그러다가 결국엔  그 끝이 도달할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때에 다다를때까지, 그 순간이 찾아오기 직전까지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굳이 끝을 생각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하지만 결국 다다를 그 순간을 지금 마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생각보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맑아졌다. 그때서야, 언제고 이런 때를 자신도 모르게 준비를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상이었으니까. 언제고 자신은 그를 잃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차분히 뛰고 있다.  

"그래서 상황은?"
"...모르겠습니다. 그저 월귀조가 완전히 고립되었다는 것만..."
"그래... 그렇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직 이 순간을 마주할 준비도 되지 않았지만, 주위에선 자신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러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희망과, 좌절과 의지가. 똑바로 자신을 향해 있었다. 이것에 자신은 보답을 해야한다. 그것을 알기에 그저 꽉 쥔 주먹을 조심스레 숨겼다. 

"신야 소장님!"
"하는 수 없지. 후퇴한다."
"......!!"
"하지만!! 월귀조는...!!"
"맨 처음 작전에 나오기 전에 지령서는 모두 읽었겠지. 이번 우리 시부야 본대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반론은 듣지 않는다. 전원 정비를 마치고 이탈한다."

신야의 입에서 나온 말에 그들은 안도를, 한탄을 내뱉는다. 자신의 말은 과연 어느 쪽일까? 그걸 잘 모르겠다. 뒤를 돌아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그들이, 그리고 그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하지만 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수많은 생명을, 자신은 버리지 못한다. 
있지, 구렌. 아마 너는 원망하지 않을테지.
닿지 않을 말을 중얼거렸다. 이것이 우리의 결말이라면, 과연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될까? 생각을 갈무리하며 앞선 부하들의 뒤를 따른다.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뒤를 돌아보아선 안된다. 하지만 잠시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앞으로 내딛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기 좀 봐! 신야는 다시 뒤를 돌았다. 

그가 있었다.

여전히 바보같이 힘겨운 주제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때서야 꽉 쥔 주먹을 폈다. 고요했던 가슴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아 아직, 결말은 오지 않나보다.  

"여어... 무사하냐?"
"헤에, 겨우 살아나온 주제에 지금 나한테 안부를 묻는 거?"

급히 달려가 앞으로 무너지는 그를 붙잡았다. 그는 하하 웃으며 자신에게 몸을 기댔다. 

"이 정도야, 껌이지."
"우와 그런데 이렇게 다쳤어?"

자신의 말에 구렌은 다시 헛웃음을 내뱉고는 자신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딱 봐도 인원 수가 줄어있는 것이 보였다. 전멸의 위기치고는 꽤나 많은 생환자겠지만, 희생은 희생이었으니까. 그 책임을 견뎌야하는 구렌을, 자신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하지만 그는 알까? 지금 이렇게 요동치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고 있을까.

잠시 뒤에 귀찮다는 듯이 떨쳐내고 품에서 벗어났지만. 벗어난 그의 표정은, 한껏 개운해보여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두근/
가슴에 작은 고동이 느껴진다. 그걸 속으로 내리 눌린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부대원들을 하나하나 챙기는 그를 보았다. 자신도 부하들을 데리고 부상자들을 챙겼다.
다시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안도의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이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하겠지. 결말이 다가왔을 때의 자신의 심장이 차분해진 것과는 다른, 삶의 미련이.

"구렌."
"...응?"
"살아와줘서 고마워."
"무슨 헛바람이 들었냐."
"하하, 나는 진심이야. 구렌."

심장이 뛰어왔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건 아마도, 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