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었을 때 내리쬐는 햇살을 고통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경험, 아니 감각은 생각보다 불쾌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실감이 나질 않았다. 모든 감각이 날카로워짐과 동시에 세상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간일 적 느끼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이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옆에 제 손을 꼭 잡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붙잡고 있는 손이 맞닿은 감각이 짜릿하게 온 몸을 뒤덮었다. 그저 붙잡고 있는 떨리는 손이 너무나도 애처로웠기에 조심스레 그 손에 깍지를 꼈다. 그 작은 움직임에 눈을 마주했다. J는 그저 기쁘게, 웃었다. 입술 사이로 보이는 그 뾰족한 송곳니가 현실을 자각하게 했지만 상관없었다. 힘겹게 웃어 보이는 S의 미소에도, 날카로운 송곳니가 있었으니까.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그저 여행일 뿐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서로의 생각을 정리할 겸 같이 떠난 여행. 급하게 시간이 맞았던지라 깊은 생각이 없이 정신을 차리니 도쿄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뿐이었다. 둘 다 일본어는 꽤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생각없이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이었고. 아직 도쿄의 겨울은 서울의 겨울처럼 춥지 않았다. 싸늘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았지만 추위에 익숙해진 몸이라 오히려 그 서늘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뒤에서 캐리어를 끌고 오는 J를 돌아보며 S는 미소를 지었다. 잠깐인데 굳이 그런 캐리어가 필요하냐고 물었지만, 이럴수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기며 짐을 꽉꽉 밀어 넣던 어제를 생각하며 다시 쿡 웃음을 내뱉었다. 어라? 왜 웃어? J의 물음에 그저 고개를 저었다.
온갖 장식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익숙한 멜로디의 캐롤이 울려 퍼진다. 가끔씩 산타복장을 한 이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장식들 때문에 그런가 거리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일이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이었다. 타국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란, 조금은 특별한 느낌이 났다. 작년에는 어땠더라? 남들 다 가는 명동을 갔었던 거 같다. 그저 인파에 휩쓸려서 고생한 기억만 선명했다. 물론 이곳 시부야의 거리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색다른 장소는 언제나 들뜨는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그저 옆에 있는 녀석과 함께 라는 것에 작은 감사를 드렸다. 올해가 무사히 가고... 내년에도... 어떤 형태이든 함께이기를, 높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린 커다란 별모양의 장식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빌었다. 하지만 그 순간-
세계는 멸망했다. 갑자기.
하나 둘 쓰러지는 사람들, 자동차가 제어를 잃고 그대로 가로수를 들이 받고, 서 있는 사람을 치고 건물에 부딪힌다. 자동차끼리 부딪히며 굉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어디선가 폭발음도 들려왔다.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것조차 이내 사그라들었다.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저 위험을 피해 둘은 달렸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멈춰서 가쁜 숨을 골랐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S도, J도 서로를 바라보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뒤를 돌아보니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언가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천천히 이제는 침묵해버린 거리로 걸어 나갔다.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 무슨 일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슨, 일이.
S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하늘에서 검은 것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J와 자신의 사이를 갈라놓고 무언가를 휘둘렀다. 그것에 반사된 빛이 제 눈의 시야를 가리며 순간 뒤로 넘어졌다. 털썩, 주저앉음과 동시에 따뜻한 무언가가 제 뺨에 튀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뺨에 묻은 것을 닦았다. 붉은 액체가 손에 묻어나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 제 목덜미를 강하게 끌어당겨 뒤로 다시 굴렀다. 등에 강한 충격과 동시에 정신을 차리니 제복 같은 것을 입은 남자 둘이 제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괜찮아요?"
"...무...슨..."
"어째서 생존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S에게 질문을 던진 남자가 제 손에 있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남자의 앞에는 아까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후드로 추정되는 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J의 모습이.
"J!"
S가 급히 외치며 몸을 일으켜 J가 쓰러진 쪽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제 앞의 남자의 손에 저지당했다. 뿌리치려고 했지만, 남자는 꿈쩍도 안했다. 어째서? 오히려 자신을 당기는 힘에 다시 끌려갔다.
"친구분은 포기하세요. 지금은 빨리 도망가야해요."
"...무...슨 말이야. 지금... 도대체..."
"어서!"
남자의 손에 다시금 몸이 이끌렸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헬기 소리였다. 이쪽으로 오는지 소리는 점점 커졌다. 젠장. 남자가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S의 팔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힘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달렸다. 뒤를 돌았다. J는 쓰러진 채 미동조차 없다. 이게 무슨 일일까? 그저 우리는 여행을 왔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왜 달리고 있지? 곧 그런 생각은 잊혀졌다. 자신들을 둘러 싼 후드를 입은 존재들로 인해서. 자신을 끌고 달린 남자, 자세히 보니 아직 앳된 티가 났다. 그는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눴다. 자신의 뒤에서 같이 달려오던 남자 또한 자신을 뒤로 감싸며 어디선가 커다란 장총을 들고 그들에게 겨누었다.
전쟁. 흡혈귀. 종말.
사고가 채 돌아가기도 전에 상황은 종료되었다. 두 사람에 의해 자신들을 공격하던 습격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들은 살아남았다.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 종말 속에서 구질구질하게 살아남은 채로. 홀로 타국에 남겨진 채로.
경보가 울렸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소리다. 아직 신주쿠가 안정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터였다. 신주쿠가 탈환된지 벌써 1년, 이제는 조용해질 때가 됐건만 아직도 간간히 오는 흡혈귀의 습격에 신주쿠는 시부야만큼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런 곳을 도맡아서 있는 상황은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S는 자신의 책무를 내팽개치는 타입이 아니었다.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두었던 자신의 귀주장비를 허리춤에 찬 후에 달려 나갔다. 가까운 곳에서의 경보였다.
"괜찮나?"
"네. 지금 남은 한마리가 저쪽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내가 가지."
S는 병사들을 뒤로 한 채 그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귀족이 아닌 이상 자신 혼자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자신의 귀주장비를 손에 꽉 쥐었다. 멍- 오늘도 오니는 자신의 귓가에서 묘한 소리를 내었다. 나타나는 모습도 강아지의 모습이라 자주 이런 장난을 치곤했다.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살짝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내 잠잠해졌다. 고개를 돌리니 흡혈귀가 서 있었다. 후드를 쓴 모습이 역시 귀족은 아니었다. 물론 아무리 귀족이라 해도 단신으로 이곳에 쳐들어오는 건 무리일테니까.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이미 부상을 입은 모양인지 흡혈귀는 비틀대다가 이내 자신에게 덤벼들었다. 처리는 손쉬웠다. 귀주의 독 때문에 흡혈귀는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천천히 창가로 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병사들이 부상자들을 수습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다.
"처리하셨습니까? S 대위님."
"응, 이제는 더 없는 거 맞지?"
"네. 수고하셨습니다."
가볍게 병사들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에 다시 발걸음을 숙사 쪽으로 옮겼다. 어쩌다가 이곳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종말의 그 날, 운 좋게 바이러스에 늦게 노출이 되는 바람에 미카도노오니에게 구해졌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사라져버려 그대로 이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몇 남지 않은 어른 중에 하나였던지라 자연스레 군에 들어가게 되었다. 병력이 모자란 것도 문제였지만 S가 군필자였다는 것도 한몫했다. 덕분에 지금은 일본제귀군의 대위였다. 물론 지위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그저 권력자인 히이라기가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단이었다. 물론 S는 세상이 멸망하기 전의 히이라기의 거대함을 전혀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기에,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 서 있을 뿐이었다.
1년 전의 신주쿠 탈환 작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엄청났던 그 전투 속에서 그저 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 살고자 하는 욕망을 먹은 오니가, 제 몸을 빼앗아 날뛰기 바로 직전까지. 그저 베고 베고 또 베어나갔다. 마지막 하나를 베어낸 후에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대며 주저앉았다. 제 몸 곳곳에서 흐르던 피가 점점 귀주의 힘으로 멎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오니는 꽤나 상위 클래스의 오니였다. 아무리 다쳐도 금방 회복되는 몸은, 몇번을 체험해도 익숙하지 않았다. 덕분에 현실감이 아직도 날아가 있었다. 그래서 정말 귀신처럼 활약하는 눈앞의 남자를 보며 S는 그저 헛웃음을 흘렸다. 그 크리스마스날 자신을 구해주었던 남자는 그렇게 신주쿠 탈환의 영웅이 되었다. 살아남은 자신도 대위로 승진했다. 하지만 마음은 허했다. 텅 비어버린 그 허무의 이유를 S는 알고 있었다. 아직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J의 모습이, 제 두 눈에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흡혈귀를 아무리 베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J를 죽인 건, 흡혈귀였다.
숙사로 돌아와서 제복을 벗어서 갈무리했다. 살면서 직업군인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했기에 그저 실소가 튀어나왔다. 제대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 이 생지옥 속에 있다는 게 너무 어이가 없었다. 다시 J의 생각이 났다. 가끔 다시 입대하는 꿈이라도 꾸면, 제 목을 꼭 껴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J의 군대 생활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휴가가 겹쳤으면 모를까 거의 같은 시기에 군에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더랬다.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게 그렇게 S에게는 한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제대 후에는 그와 자주 시간을 보냈다. 상처에 즐거운 추억을 덧발라주고 싶었다. 제대 후에 그늘졌던 얼굴에 점점 미소가 올라왔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서로에게 즐거운 나날이 계속 되었다. 복학한 이후로 그렇게, 둘의 유대감은 깊어져만 갔다. 아주 가벼운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깊은 사이도 아니었던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갔다. 그것을 깨닫게 된 건 졸업을 얼마 앞두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나, 유학가려고.
그 한마디에 흐트러질 관계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차라리 그냥 모르는 곳에서 J도, S 자신도 묵시록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영문도 모른 채 죽었더라면 이런 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보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그 죄책감은, 끔찍한 감정이었다. 제 안의 오니는 이런 감정을 자꾸만 상기시켜 주었기에 더더욱 S는 밤이 괴로웠다. 자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살아야했다. 자연스레 원망의 칼날은 흡혈귀에게 향했다. 욕망의 원동력. 오니는 그것을 참 좋아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감정도 오니가 먹고 있다. 천천히 마음을 다스렸다. 오니에게 마음을 먹혀서는 안되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챙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얀 후드가 휘날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흡혈귀의 복장이었다. 놀란 눈을 뜨며 급히 한쪽에 세워둔 귀주장비를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흡혈귀 쪽이 행동이 더 빨랐다. 차가운 손으로 S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 흡혈귀는 쉬이-하고 손가락을 제 입술에 갖다 대었다. 그 붉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동자 너머로 비치는 자신의 놀란 표정이. 그리고 그만큼 놀라서 떨리는 그 붉은 눈동자가. 흡혈귀가 S의 입에서 손을 떼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S?......"
"........너... 설마..."
떨리는 목소리가 서로의 귀에 와 닿으며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고 있었다. 붉어진 눈동자, 뾰족한 귀.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그의 모습. J였다. 눈 앞에서 죽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연인이 제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증오하던 흡혈귀의 모습으로. S는 그대로 무너졌다.
"어째서..."
"......역시, 살아있었구나."
J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S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살아있었다는 안도와 흡혈귀라는 충격이 동시에 제 마음을 어지럽혔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J....."
"겨우, 찾았네."
떨리는 손을 뻗었다. J가 그 손을 붙잡았다. S가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뺨을 쓸었다. J가 맞다. 그를 끌어당겨 끌어안았다. 제 품에 안긴 채 J는 잠시 놀란 듯 했지만 곧 자신도 S을 꼭 껴안아주었다. 지금은 서로가 누구인지 상관없었다. 재회의 기쁨만이 사고를 지배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그저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소란스러움을 깨닫고 S의 숙사 방 안으로 병사 한명이 들이닥쳤다. 마침 포옹을 끝내고 서로에게 떨어진 순간이었다. 병사는 흡혈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J에게 닿지 않았다. 그저, 그 앞을 가로막은 S의 몸을 찔러 들어갔을 뿐. 병사가 놀라 제 검자루를 놓았다. 어찌된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무너지는 S의 몸을 J가 붙잡았다.
"S!!"
"....괜...찮아?"
아, 이번엔 지켰다. 그런 생각을 하며 S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J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 고개를 들었다. S를 찌른 병사는 J의 시선을 받자마자 두려운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가버렸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J는 S를 찌른 검을 뽑아낸 후에 그를 반듯이 눕혔다. 그가 귀주장비를 가진 제귀군이라면 상처는 보통 인간들과는 다르게 빨리, 회복될 것이다. 상처부위를 눌렀지만 피는 멈출 생각을 안했다. 위험하다. 이대로는 죽는다.
"안 돼.. 겨우... 겨우 만났는데..."
J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 날, 흡혈귀에게 공격 받아서 거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한 변덕스러운 귀족이 자신을 흡혈귀로 변환시켜 살아난 이후에 얼마나 그를 찾아다녔던가. 자신은 운 좋게 흡혈귀로서 살아남았지만 S는 그러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몇 번이고 하면서 그를 찾아다녔다. 죽은 시신이라도 수습하고 싶었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가지고 있던 작은 희망. 그 희망을 붙잡았는데 다시 제 손을 빠져나가는 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J는 급하게 그를 안아들었다. 깨진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J는 자신을 변모시킨 흡혈귀의 충실한 오른팔이었다. 제 주인인 그에게 부탁할 것이다. S를 살려달라고. 자신을 살렸던 것처럼 그도, 흡혈귀로서 살아가게 해달라고. 살아있기만 한다면 어떻게라도 될 것이다. 마침 신주쿠 방벽 가까운 곳에 있던 J의 주인인 흡혈귀는, 순순히 승낙했다. 흡혈귀가 된 이후로 항상 조용했던 J가 이렇게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순순히 자신의 피를 내어주자 J가 그 피를 머금고 의식을 잃은 S의 입에 직접 그것을 먹였다. 잦아들던 S의 심장이 점점 점점 다시, 뛰기 시작한다. 감았던 눈이 번쩍 떠졌다. 마주한 붉은 눈동자에 맑은 눈물이 고여있다. 그저 그 눈물을 보다 다시 정신을 잃었다. 몸이 변화한다. 인간인 S는 죽고, 새로이 흡혈귀로 태어난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제 손을 꼭 붙잡은 채 곁을 지킨 J의 모습이 있었다. 감각이 예민해졌다. 햇살이 따갑다. 하지만 붙잡은 손은, 다정했다.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감촉. 허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새로이 태어나며 더욱더 선명히 J의 모습이 각인되었다. 그저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헤어질 일은 없이.
우리는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음 타장르... 커플링 리퀘를 받은 글인데... 못 쓰겠으면 종세 세계관 AU로 써달래서..ㅇ0ㅇ
받은 키워드가 마지막 줄의 대사여서 그냥 막 썼읍니다.
이름은 이니셜로 대체했읍니다. 머라 쓴거야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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